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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모저모

손작녀의 첫 김장기

by 엘리니별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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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큰이가 손작녀가 되었다.

신혼 초반까지도 손이 컸었는데, 남편이 입이 짧다보니 한번 먹은 음식을 재탕해서 소비가 안되고 버리곤 했다. 

그래서 점점 요리하는 양을 줄여나갔다. 찌개나 국은 2인분만 딱 먹거나, 

조금 넉넉하게 하면 3인분 정도가 나와 다음 날 아침에 데워서 먹으면 간단히 아침을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김장은 항상 시댁에서.

요즘은, 아니 내가 결혼하던 10년 전에도 절임배추와 김치속양념이 세트로 나와 무치기만 하면 김장을 할 수 있었는데,

시어머님은 파는것은 믿을 수가 없다고 매번 배추를 사오셔서 직접 절여, 김치 속 재료도 직접 사서 무채도 칼로 직접 썰으시고...

며느리로서 배우려고도 했지만, 이건 무리다 싶었다. 김치도 많이 안먹는데ㅠ 어머님도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해서 줄이시자고 매년 말씀 드렸었다. 그래서 내가 내 입맛에 맞게 김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시댁에서 가져오는 김치 한통으로 1년을 다 못먹었다. 

어머님은 6년 전 황혼육아를 시작하시면서 부터 기운이 없으셨다. 명절에 하시던 많은 음식들도 (제사 안드리는데 먹으려고/나눠주려고 튀김과 전을 잔뜩했었다. 하루종일)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고, 김장 양도 많이 줄이셨다. 

이제는 명절에는 한번 먹을 만큼만 음식을 해가서 같이 먹었는데.... 드디어! 올해 김장을 안하신다고 하셨다! 

교회에서도 매년 직접 심은 배추로 김장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식사가 불가해지니 김치가 소비되지 않아서 올해는 김장을 안하신다고 하여 김장 일손 돕고 김치 소량 얻어올 기회도 없다. 

드디어 내가 내 손으로 김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우리가 먹을 만큼만!

 

손작녀의 김장 준비

일단 한살림에 전화를 했다. 보통 추수감사절 시즌에 김장 준비를 해야하는데, 이미 늦어서 절임배추 주문은 끝났고, 김치속 주문은 가능했다.

한살림 김치속 가장 작은 단위는 한봉지. 2.5kg.

한살림 활동가는 김치속 두봉지가 절임배추 한상자에 딱 맞는 양이라고 했다. 근데 그 절임배추 한상자가 얼만큼인지....찾아보니 10kg. 그럼 나는 5kg 정도의 절임배추를 구하면 되었다. 쿠팡에도 있긴 했지만...바로 살 수 있는 곳은 거의 10kg 단위로 절임배추를 팔고 있었다. 김치 속 주문일은 3일 뒤... 2일의 여유시간이 있으니 배추를 사다 절이기로 결정! 나가서 찾아보려다가 믿고사는 마켓컬리에서 배추3통/1망 이 있길래 주문 했다. 후기는 좋다는 말도 있고, 그저 그랬다는 말도 있고. 9900원으로 할인 중이라 복불복이지만 아주 나쁜 배추를 보내지는 않겠다 싶었다. 해보고 김치속이 남으면 다른 재료 사다가 더 무쳐서 다른 김치를 하는걸로 하고...

 

또, 배추를 절이기로 한 큰 이유는 처치곤란 천일염...

소금 선물이 많이 들어와서 요리할 때도 거의 고운 소금, 핑크솔트 등으로 하다보니 천일염이 몇년째 묵혀있다가 포장비닐이 찢어져서 수박보관그릇에 담아두었는데,

요즘 아이가 자꾸 꺼내서 만져보겠다고 조르는 중이었다. 김장 하는 김에 이 천일염을 처리해버려야겠다!

배추를 절일 때 얼만큼의 소금이 필요한지 검색해보니 역시....많은 분들의 노하우가 있었다.

배추 1통에 소금 1컵 + 물 1리터. 

절이는 방법은 소금 총량의 반을 물에 풀어서 배추를 적신 후에 남은 소금을 줄기부분에 얹어서 배추를 절인다. 

레시피에는 없던 방법이 유투브에 있었는데, 남은 절임물을 배추 절일 때 부어두라는 것..

 

손작녀 배추 3통 절이기

나중에 찾아보니 배추를 안씻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부엌 싱크대에서 하기 때문에 배추를 씻었다. 흙이 여기저기 흩어지는게 싫으니까. 

보통 손이 많이 안가게 하기 위해 절일 때는 반으로 쪼개기만 하는데, 손작녀는 처음부터 4등분으로 쪼개서 절였다. 12쪽 정도니까. 

배추 절이기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배추

오랫동안 2인가족이었기 때문에 큰 그릇이 전~혀 없다. 큰 다라도 없다. 큰 김장 비닐을 펼쳐둘 곳도 없다. 그래서 김치통에 배추를 절이기로 했다. 우리집은 김치냉장고 1대로 냉장, 냉동, 김치냉장을 다 사용하고 있어서 김치통이 남아나기 때문이다. 작은 김치통들은 당근에 팔아버리고(김장철 되니 잘 팔리더라) 어머님 김장이 어떨지 몰라서 큰 김치통만 남겨두었다. 

배추 3통을 위한 소금을 덜어두고, 그 반을 중간사이즈 김치통에 넣고 3리터의 물을 부어 물을 녹였다. 바닷물보다 조금 더 짠 정도였다. 배추를 절여둘 큰 김치통을 옆에다 두니 싱크대가 꽉 찼다. 배추를 중간 김치통에 있는 소금물에 담가서 큰 김치통에서 소금을 뿌려 절일 준비를 마쳤다. 

배추 절일 준비

본격 배추 절이기.

소금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소금을 얹어둔다. 한줌씩 했더니 2~3줌정도의 소금이 남았다. (넣지 말았어야했어ㅠ)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두껍고 큰 배추부터 절이는 거였는데, 몰랐다. 그냥 있는대로 하다보니 작아서 쪼개지 않은 반포기가 가장 마지막에 남았다. 

6시간 뒤에 뒤집어주고, 12시간 뒤에 씻어낸 후, 12시간 물을 빼야한다. 

하원하기 전에 뒤집어주고, 아이 재운 뒤에 씻어내서 물을 빼고 다음날 오전에 김장하면 딱 맞는 시간!

절이는 중. 한번 뒤집었다. 부피가 많이 줄었다.

다 절여진 배추를 찍지는 못했다. 김치냉장고 바꾸기 전에 김치통을 두개 남겨두었는데, 절임배추를 씻으려고 꺼냈다. 

잘 절여졌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줄기가 잘 구부러지는지? 대신 탱탱해야한다고..유투브에 나왔다. 대충 절여진것 같고, 더 기다릴 시간은 없고 아이가 깨기전에 난 빨리 처리해야한다! 3번정도 물에 행구고 엎어놨다. 

절임배추 씻기, 12시간 물 뺀 후 절임 배추 12쪽.

사진은 못찍었는데 큰 김치통에 채망을 넣고 그 위에 씻어둔 절임배추를 엎어두어 밤새 물을 뺐다. 

손작녀 김장 (배추 양념 무치기) 시작

배추를 무치는 그릇은 웍이다.ㅋㅋ 김치통은 19.5L 가장 큰 통.

하기 전에 냉장고 김치칸과 냉동칸을 바꿔 정리하고, 묵은 김치도 김치칸에 맞는 통에 옮겨두고, 김장김치를 넣을 자리도 마련해두었다. 

김장은 김치소를 무치는 것 외에 할일이 많다. 마치 셀프인테리어 할 때 페인트질처럼 (갑자기??)

요즘 손을 너무 씻어서 난리난 손 피부를 위해 니트릴 장갑을 하나 더 끼우고,

마켓컬리에 김장 배추 검색하니 추천해준 팔꿈치까지 오는 비닐장갑도 준비했다. (단점은 흘러내리는거..팔뚝에 고무줄 끼우면 좋을 듯)

무쳤다. 그냥 무쳤다. 그동안 김장 돕던 기술을 모두 모아 무쳤다. ㅋㅋㅋ 뭐 별거 있나. 뒤에 큰 잎으로 잘 오므려야하는데 이건 매년 해도 어렵다. 예쁘게 안돼지만 뭐 어때 내껀데.ㅋㅋㅋ

김장 완료!

19.5L 김치통 반정도 찼다. 와~ 김치통을 다 안채운 김치는 또 처음이네!

위에 공기에 접촉하지 않게 덮어두어야하는데 시어머님은 배추 겉잎 절여서 덮으셨는데, 나는 같이 못절였으니 패스..

친정엄마가 어디서 들으셨다고 큰 다시마 마른채로 덮으라고 했는데 우리집에 큰 다시마가 어딨냐..자른 다시마 올릴 수 없으니 패스..

비닐 팩도 없는 상황이라서 김치소 담겨있던 비닐을 잘라 덮었다. 재활용 ㅋㅋㅋㅋ

수육고기랑 먹을 김치 한쪽 남겨두고, 절임배추 건질 때 심지 꼭지를 좀 잘랐어야하는데 못짤라서 무치기 직전에 잘라서 사진이 없다.

그리고 한살림 김치소에 덜 썰어진 생강이나 무가 큰게 있어서 무치다가 걸리적 거리면 빼두었다. 

김치소 양은 딱 맞았다! 양을 봐가면서 무치긴 했는데, 별로 남는게 없었다. 이정도면 성공적인가?

 

첫 김장 맛은?

한살림김치소는 우리집 입맛에 매웠다. 청량고추가루가 좀 들어있는지 맛있는 매운맛이었다. (남편이 맵찔이라 김치소비가 더 더디겠군;;)

절임배추는 짰다. 김치 한 당일 수육고기와 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다음날 남은 김치를 먹었더니 짜서 못먹을 정도였다 ㅠ.ㅜ

그래서 무를 사다가 석박지로 김치 사이사이 꽂아두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익어봐야 알겠지..

김치 냉장고에 아삭김치보관모드로 해두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익을 것이다. 나중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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