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시작됐다.
예정일인데, 소식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어제부터 머리도 아프고, 잠이 쏟아지고, 몸에 기운이 없어 '그날이구나!' 했을 텐데, 아무 느낌이 없이 몸이 가벼웠다.
혹시, '임신이 된건가?' 싶으면서도 에이 설마, '하루 늦어지나보다' 싶었다. 컨디션 좋게 운동을 하러 갔는데, 시작됐던 것..
다행히 운동 전에 화장실에서 발견해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서류를 출력하고 병원 예약을 했다.
배아 만들기 시작.
질초음파를 봤다. 난소에 혹이 있었는데 크기가 커지지 않고 다행히 줄었고 시험관 시술을 하는데 큰 위험요소가 아니니 진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혹시나 난자 채취 과정에서 혹이 터져서 복막염(?)이 생길 수도 있고, 급하게 혹을 떼내는 복강경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것은 염두해두라고 하셨다. (이건 최악의 상황일 뿐.)
이제 배아를 만들려면 난자를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배란 촉진제를 쓴다. 여러가지 약이 있겠지만 나는 배주사약인 고날에프 펜을 처방받았다. 월경 3일차인 내일부터 4일간 24시간 간격으로 일정한 시간에 맞은 후 5일차에 진료를 보며 난포가 잘 만들어지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고날에프 펜 900IU 두개를 받아서 300IU씩 4일을 맞고, 남은 600IU는 가져오라고 했다. 고날에프는 냉장보관이다. 주사실에서 뱃살이 전혀 없어보이는 간호사선생님이 뱃살을 끌어모아 잡고 주사를 놓는 시늉을 하시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는 아이스팩이 들어있는 보냉가방에 고날에프900IU 두상자를 담아주셨다.
서울의료원 가임클리닉은 난자채취를 할 때 수면마취만 한다고 한다.
나는 수면마취가 무서워서 최대한 피해왔었고, 지난번 난자채취때는 하반신마취만 했었다.
수면마취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심전도검사와 엑스레이촬영을 하고 피검사를 위한 채혈을 했다.
배아가 생성되면 바로 이식하거나 냉동할 수 있다. 바로 이식하는 것을 신선배아, 냉동한 것을 냉동배아라고 한다. 난자 채취를 하는 날 신선배아로 이식할지, 이식을 하지 않고 모두 냉동할지 결정을 해야한다고 한다. 이유는 자연적으로 임신이 될 때 난소에서 난자가 배란되고 수정이 되어 배아가 되는 과정에서 자궁 내막의 호르몬이 착상을 준비한다. 그러나 지금은 과배란을 시켰기 때문에 자궁 내막의 착상을 도와주는 호르몬이 배아를 배양해서 이식하는 날과 타이밍이 잘 맞을지 안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피검사를 통해 알 수 있고, 난자 채취 전에 피검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때 가봐야 아는 것.
만약 자궁내막 호르몬이 타이밍이 안맞으면 배아들은 배양 후 냉동처리가 되고, 자궁과 난소가 정상화될 때 까지 두텀을 쉬고 진행한다고 했다. 월경 한 번 하고 그 다음달 월경 주기에 시작하는 것.
동의를 위한 설명문.
지난번엔 이렇게 자세히 앉아서 설명해줬었던가? 설명문을 놓고 설명을 해주셨다.
배아생성 등에 관한 동의서 설명문, 착상전 유전 선별검사(PGT-A) 동의서 설명문.
한번 해봤던 경험 때문에 이해하는데 어려운 것은 없었다. 참, 설명을 잘 해주시는구나. 이해가 안되는 단어는 물어보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배아생성 등에 관한 동의서 설명문.
채취된 난자와 정자를 통한 배아생성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임신을 목적으로만 시행할 수 있다.
난자채취는 정맥마취 하에 질초음파를 이용하여 채취하고, 시술은 30분 정도 소요되며 마취에서 깨어난 뒤 2~3시간 회복 후 당일 귀가한다. 과배란 유도 주사약에 대한 알러지나 주사부위 통증, 난소 과자극 증후군 등의 합경증이 생길 수 있고, 난자 채취 후에는 질출혈, 감염들이 있을 수 있으면 드물게 복강 내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
정액채취는 시술 3~5일 전부터 금욕한 후 시술 당일 영상을 보며 정액을 받는다. 남성 난임의 경우에 비뇨기과에서 수술로 정자를 채취하기도 하며, 수술에 따른 감염,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
채취된 난자는 준비된 배양액에서 6~8시간 배양 후 처리과정을 거친 정자와 수정을 시도하는데, 정자의 상태에 따라 수정률을 높이기 위해 난자의 세포질 안으로 정자를 직접 주입하는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ICSI)을 시행할 수 있고, 난자채취 다음 날에 정상 수정여부를 확인하며, 수정된 배아를 2~5일간 배양한 후 가늘고 긴 관을 이용하여 자궁 내로 이식하게 된다.
착상이 될 것인지는 오롯이 신의 영역인 것.
임신 여부의 확인은 난자 채취일로 부터 12일 후에 혈액검사(베타-hCG)로 알 수 있고, 임신수치로 나왔을 경우 2~3차 혈액검사로 수치를 확인하며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1차에 임신수치가 나왔지만 2차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1차 피검사 기준 10일 후에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나이에 따라 이식할 수 있는 최대 배아 수가 달라지는데(체외수정 시술 의학적 기준 가이드라인,2015.10.1.시행)
35세 미만은 2~4일 배양배아 2개, 5~6일 배양 배아 1개를 이식할 수 있고,
35세 이상은 2~4일 배양한 배아는 3개, 5~6일 배양한 배아는 2개 이식할 수 있다.
첫째 시험관 시술때는 35세 미만이었는데 지금은 35세 이상이기 때문에 이식할 수 있는 배아 수가 많아졌다. 쌍둥이도 좋다.
착상전 유전 선별검사(PGT-A) 동의서 설명문
착상전 유전 선별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Aneuploidy)는 착상하기 전 난자 또는 접합자, 배아를 대상으로 극체 또는 할구, 영양막 세포를 떼어내어 염색체 수적 이상과 변형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5일 배양을 하면 포배기 배아가 되어 이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진료받을 때 설명에 의하면 유전검사를 미리 해서 착상 확률이 높은 아이를 선별하고, 유산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 이 검사를 추천한다고 했다.
설명문을 받아보며 들은 설명에 의하면,
생성된 모든 배아가 검사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고, 검사결과 또한 100% 정확하지 않아 정상배아를 비정상배아로 잘못 진단되어 이식에 적합하지 않다고 간주될 수도 있고, 비정상배아를 정상으로 진단하여 착상실패, 유산, 질환에 노출된 아기를 출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사한 모든 배아가 염색체 수적 이상으로 진단되면 이식을 못할 수도있고, 정상으로 진단된 배아라도 동결/해동과정에서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검사료는 배아당 20만원대(23만원? 27만원?)인데 정부지원이나 의료보험지원이 되지 않으며, 10개 배아를 검사했지만 정상 배아가 없을 수도 있다는 등...나에게는 무서운 이야기로 들렸다.
이전에 5일배아로 생존해서 냉동할 수 있었던 배아가 1개만 남았던 나에게는 아주 가능성이 없지 않은 이야기었다.
난포 상태 확인.
4일간 성실하게 난포 자극 호르몬 주사(고날에프 300)를 맞고 남은 주사액을 들고 병원에 도착했다.
질초음파를 보며 난포의 사이즈를 재셨다. 갯수는 정확하게 생각 안나지만 약 7~8개 정도였던 것 같다.
1cm가 넘는 것도 있고 안넘는 것도 있고.
진료를 보며 착상전 유전 선별검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3일 뒤에 진료를 보고 정확한 난자 채취일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 호르몬 검사를 위한 채혈도 하자고 했다.
난자 채취일에는 정액도 채취해야하기 때문에 남편이 함께 와야한다. (월차를 이미 써버린게 함정;)
오늘부터는 주사가 1개 추가되었다. 커진 난포가 터져서 배란이 되어버리면 안되니, 조기배란억제(가니레버 0.25mg)주사가 추가되었다.
오늘 포함 3일간 양쪽 배에 번갈아가며 주사를 놔주어야 한다.
어제 어디 맞았더라? 이게 오른쪽이었나? 왼쪽이었나? 헷갈리기 시작했다.
무슨생각이었는지 배주사 맞는 영상을 찍었는데, 그게 참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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