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가 정말 지겨웠다
피부가 예민하고, 양이 많은 나는 생리대를 고르고 고르고 골랐다.
피부에 발진이 안 나고, 흡수력이 좋아야 했고, 모양이나 길이도 영향이 있었다.
새로 나온 생리대는 다 써봤고, 양이 많은 날은 피부발진을 포기하거나 양이 적은 3일 차 이후에는 피부에 자극이 없는 제품을 사용했다.
매달 생리대를 크기별로 종류별로 사모아놔야 하는게 너무 지겨웠다.
싸게 사려면 대량구매를 해야하는데 나는 한 달에 한 팩씩 사이즈별, 소재별로 여러 종류가 필요하니 소량구매를 해야 했다.
탐폰도 양이 많은 날에는 감당이 안 됐다. 탐폰 교체주기를 가늠할 수가 없어서 밑에 다시 팬티라이너나 생리대를 또 차게 되니
생리대 대체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공중화장실에서 탐폰을 교체하는 건 너~무 불편했다.
임신기간에 월경을 안 하는 게 너무 좋았다. 답답한 생리대를 안 써도 된다니!!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하면 월경 재시작이 늦는다고 하던데 그렇지도 않았다. 6개월이 지나니 월경이 시작되어 버렸다.
운동하는 날과 그날이 겹치면
작년부터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구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에서 기구필라테스를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친구의 권유로 주 3일 월수금반을 시작했다가 요일을 옮겨서 화,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하루는 월경주기였지만 운동을 하면 개운해져서 생리대를 차고 운동을 하는데 그날따라 매트에 누워서 하는 운동을ㅠ 운동하다가 강사님이 조심스럽게 "회원님 생리 샌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양이 많은 날이 겹치면 운동을 안 가게 되었다. 또 그날의 민망함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달 8회 수업에 1회 또는 2회를 빼먹게 되니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탐폰과 생리컵을 찾아보게 되었다.
생리컵은 어떨까?
생리컵은 언젠가는 써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위시리스트였다. 그런데 막연하게 두려움이 있었다.
질 안에 넣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넣는 건 할 수 있지만 빼는 게 과연 순조로울까? 싶은 걱정이었다.
손을 아래로 넣고 막대기모양의 손잡이를 잡아당겨 빼는데, 진공이 풀리면서 안에 생리혈이 다 튀면 어쩌지?
미끄러져서 변기에 빠지면 어쩌지? 그럼 어떻게 꺼내지? 그다음은?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생리컵을 시도하지 못하게 했다.
포이컵을 선택하게 된 계기
한 달 생리대 구매비용과 맞먹는 포이컵은 인스타알고리즘에 의해 알게 됐다.
내용을 자세히 보니 질에 끼워 착용하는 게 아니라서 생리컵처럼 질근육과 싸우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또 고리가 있어서 꺼낼 때 미끄러져 놓칠 위험이 없어 보였다.
홈페이지에 착용방법과 주의사항, 후기, 실패담들이 아주 상세하게(적나라하게) 적혀있고 그려져 있어서 많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여유 있게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적응하며 생리대 없는 월경기간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렇게 월경디스크 포이컵 적응기가 시작되었다.
한 3개월 넉넉하게 적응하자고 시작했던 첫 달째. 양이 많은 날은 뭔가 불안해서 시도를 못해보고, 양이 적은 날 착용을 해봤다.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을 읽으며 이렇게도 넣어보고, 저렇게도 넣어보고 자세를 바꿔가며 정확한 착용을 하려고 애써봤다.
일정이 없어 쉬는 날이라 자주 화장실에 가보며 월경혈이 잘 담겼는지 수시로 확인해 봤는데 자꾸 바깥쪽에 묻어있었다.
왜 그런가... 디스크 사용팁을 보니 나는 포궁이 높고 질의 길이가 길었던 것이었다!
월경디스크 개발자들의 사용팁: https://www.oiisa.kr/f9471e5b-f4b3-492d-9f11-3ac807a6f0b0
나와 같은 질의 구조를 가진 사람을 따라서 해보니 그나마 수월하게 삽입할 수 있었고, 착용도 잘 된 것 같았다.
둘째 달에는 작정하고 집에서는 디스크를 착용하고 있기로 했다.
양이 많은 날 일정을 모두 미루고 집에만 누워서 지내야 하는 컨디션이었기도 했고...
약간 불안하기도 했지만, '새면 뭐 빨면 되지'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착용을 했다.
소변을 볼 때 굳이 빼지 않아도 되지만, 혹시 잘못 착용되었을까 하는 불안함에 변기에 앉을 때마다 꺼내고, 헹구고 다시 끼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고, 제대로 착용한 느낌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후에 양이 적어진 날, 포이컵과 생리대를 이중으로 착용하고 하루종일 밖에 있었는데 괜찮았고, 그 경험에 용기가 생겼다.
아이랑 놀아주다가 "엄마 기저귀 갈고 올게~"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엄청난 편리함들을 만끽했다.
그리고 셋째 달엔 팬티라이너와 월경디스크 조합으로 잘 쓰고, 다 사용한 후 열탕소독하는 과정을 찍어봤다.
나는 외부에서 사용할 때를 대비해서 월경컵보관함도 함께 구매했는데, 화장실에서 세척한 디스크를 올려둘 때, 주기가 끝난 후 보관해 둘 때 같이 소독해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세척방법은 여기: https://www.oiisa.kr/d87b04ab-5569-4a08-81f5-8601f5b57340
장점과 단점
아직 운동하는 시간에는 불안해서 탐폰으로 갈아 끼우고 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편리한가!!
3개월 사용해 본 장점을 나열하자면,
- 샐 걱정이 없다.(제대로 착용했다는 가정하에)
- 때 되면 화장실을 가는 텀이 길다. (생리대 갈러 가는 게 아니라 소변보러 가면 됨. 육아에 집중할 수 있음.)
- 쓰레기가 확 준다! (하루에 한 개나 두 개의 팬티라이너 정도?)
- 쓰레기통에서 냄새가 안 난다. (월경혈을 변기에 버리니까,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으니까...)
- 피부 트러블이 없다! (여름에는 진짜ㅠ 덥고 습하고 간지럽고ㅠ)
3번과 4번이 중복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냄새에 예민해지는 그 시기에 화장실에서 피 냄새가 안 나니 훨씬 쾌적? 상쾌하다.
그리고, 두 달 동안 쓰레기 없는 월경기간을 경험한 남편이 세 번째 주기가 끝나고 컴플레인을 했다.
세번째 주기에는 난임검사를 하기 위해서 생리주기에 병원진료를 봐야 했다. 그래서 포이컵을 아예 꺼내지 않고, 다시 생리대를 사용했는데,
오랜만에 화장실 쓰레기통에 생리혈이 있는 쓰레기들이 가득하니 남편이 치워주면서 생리대는 바깥 휴지통에 버려주면 안 되냐고 부탁을 해왔다. 그 정도로 화장실 쓰레기통이 쾌적해진다는 의미이다.
단점도 물론 있다.
- 질 길이가 길면 착용이 좀 어렵다는 점.
-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
- 한번 구매할 때 비싸다는 점.
- 얘도 소모품이라서 어느 정도 쓰다 보면 교체를 해야 될 거라는 점.(영원히 쓸 순 없다.)
-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할 때는 열탕소독 자체도 귀찮다는 점?
그렇지만 쓰레기가 이만큼이나 줄고 화장실이 쾌적해지고, 엉덩이가 상쾌한 건 이 모든 단점을 덮었다.
1, 2, 3번은 적응이 완료되면 단점이 아니게 되긴 하네. 첫 시도가 어렵지 시작하니 편리했다.
이런 편리함을 알려주려고 오이사는 포이컵의 사용팁을 그렇게도 자세하게 적어두었나 보다.
포이컵 사용팁: https://www.oiisa.kr/
사용자들의 팁 공유페이지까지 : https://padlet.com/deweylabsofficial/padlet-881xir6h9k99ecah
다음은?
다음 주기에는 체외수정을 시도할 예정이라 포이컵 사용은 좀 늦어질 듯하다.
바로 임신이 된다면, 출산 후 월경이 시작될 때 다시 적응을 하긴 해야겠지...
그래도 운동할 때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시도는 해볼 예정!
** 내 돈 내산 후기입니다. 광고비 제공 / 협찬 아닙니다.
저 링크로 구매하신다고 제게 떨어지는 건 하나도 없지만, 이 글을 읽고 사용해 보기로 결정하셨다면 제 기분은 좋을 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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